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씨티브레이크 로고

모바일 버튼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Blizzard Of Ozz]를 꺼내 듣는다. 이틀 전의 여운이 그대로인 듯, <I Don't Know>, <Crazy Train>, <Mr. Crowley> 등의 명곡이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한다. 상암벌에서 이 노래들을 직접 들었다는 감동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공연이 끝나고 온라인에선 수많은 간증들이 올라왔다.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대부분이 오지 오스본의 음악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었다. 오지 오스본은 그렇게 오랜 팬들에겐 옛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겐 헤비메탈이란 음악이 가진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날의 공연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만큼 훌륭했다.





여전히 건재한 보컬 퍼포먼스


약속된 시간 밤 9시, 헤비메탈의 제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Bark At The Moon>으로 공연장은 바로 열기로 달아올랐다. 12년 전 오지 오스본은 이미 한국을 찾아 공연을 한 적이 있다. 2002년의 오지 오스본과 2014년의 오지 오스본. 12년 전의 오지 오스본 쇼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그때의 공연에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과거의 아쉬움이나 우려는 모두 날려버릴 만큼 보컬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이었다. 애초에 오지 오스본은 폭발적인 성량이나 날카로운 고음으로 승부를 걸어온 보컬리스트가 아니다. 그는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와 음색으로 명성을 쌓아왔고, 그런 특징은 수십 년의 연륜 속에서 큰 장점이 되었다.





<Bark At The Moon>으로 시작한 공연은 초반부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Mr. Crowley>와 <I Don't Know>로 이어지는 오지 최고의 히트곡에서 그날의 분위기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Mr. Crowley>의 감동적인 기타 솔로, <I Don't Know>의 떼창은 멀찍이 관객석에 앉아있는 나까지도 들뜨게 하기 충분했다. 오지 오스본 솔로곡들과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곡들을 적절하게 안배한 세트리스트도 90분의 쇼를 이끌어 가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열혈 팬들이 아니고서는 잘 모를 노래들은 들려주다가 중간중간 <War Pigs>나 <Iron Man> 같이 유명한(?) 곡들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든든한 조력자들





오지 오스본의 곁에는 여전히 거스 지(Gus G)가 있었다. 그리스 출신의 이 기타 영웅은 기타리스트를 고르는데 있어서만은 가히 최고라 할 만한 오지 오스본에게 낙점된 기타리스트다. 자신의 밴드 파이어윈드(Firewind)를 이끌고 있는 거스 지는 동시에 오지 오스본과 함께 앨범을 제작하고 투어도 함께 돌고 있다. 잭 와일드(Zakk Wylde)의 뒤를 잇는 오지 오스본의 기타리스트로 확실한 인장을 새긴 것이다. 거스 지는 오지 오스본에 뒤지지 않는 존재감으로 무대를 누볐다. 현란한 속주 위주의 연주로 전임 기타리스트들이 만들어놓은 리프와 솔로 연주를 적절하게 자신의 색으로 표현해냈다. 드러머 토미 크루페토스(Tommy Clufetos) 역시 거스 지 못지않은 큰 호응을 얻었는데, 화려하고 힘 있는 드럼 연주는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제왕과 아이의 모습을 모두 갖고 있는 무대 위의 양면성


그럼에도 역시 무대의 주인공은 오지 오스본이었다. 그는 단순히 노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특유의 엉거주춤 점프는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됐고, 별것 아닌 동작 하나만으로도 관객들을 환호케 했다. 연륜이란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공연 중간중간 관객들을 향해 물을 뿌리고 호스로 무언가(?)를 계속해서 쏘았다(물이 아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라고 한다. 맞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양동이에 가득 물을 담아 관객에게 뿌리고는 해맑게 웃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아이 같았지만 노래하고 관객들을 리드하는 순간에는 제왕의 위엄이 느껴졌다.





마지막 곡인 <Crazy Train>과 앙코르 곡인 <Paranoid>로 공연장 분위기는 말 그대로 미쳐갔다. 새삼스레 헤비메탈이란 음악을 하면서 이런 히트곡들을 다량으로 만들어낸 오지 오스본이 위대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음악적인 성과 말고도 그는 여러모로 본받을 만한 음악가였다. 66세의 나이로 90분 동안 쉬지 않고 노래를 하고 무대 위에서 건재할 수 있다는 걸 그는 몸소 보여주었다. 공연 전날까지만 해도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 말이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그는 90분의 쇼를 위해 자신의 컨디션을 맞추고 최선을 다했다. 이제 곧 칠순을 앞두고 있는 노인이 여전히 헤비메탈을 하고 있다는 것. 그것도 여전히 잘하며 무대 위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 이제는 너무 흔해진 말이지만, 리스펙트(respect)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존재하는 말일 것이다. 2014년 8월 9일, 상암벌에서의 공연은 분명 존중할 만한 공연이었다.





Writer.
김학선
인터넷 음악방송국 '쌈넷' 기자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웹진 '가슴' 편집인, 한겨레신문 대중음악 담당 객원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웹진 '보다' 편집장, 웹진 '백비트' 편집위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위원,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슈퍼시리즈 2014.08.13 16:23 신고

    ㄴㄹㅇ님이 댓글로 남겨주신 내용은 당사 블로그 운영 정책에 따라 광고성 및 음란성 문구가 삽입된 댓글로 삭제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addredit/delreply
티켓사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