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씨티브레이크 로고

모바일 버튼


절정의 폭풍우를 이겨낸 랩 '슈퍼스타': Lupe Fiasco


2006년도에 데뷔한 이래 현 미국 힙합씬에서 가장 중요한 아티스로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이가 바로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다. 이번 시티브레이크 2014 라인업 중 거의 유일한 힙합 아티스트 또한 루페 피아스코였는데, 참고로 일전에는 무려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데이빗 번(David Byrne)이 자신의 블로그에 그의 공연을 관람했던 것에 대해 적기도 했던 만큼 굳이 힙합 팬이 아니어도 충분히 즐길만한 공연을 완성해왔던 루페 피아스코였다. 정작 이번 내한 공연이 진행될 당시에는 이런 장르적 문제보다는 환경적 문제가 더 컸다. 아마 이번 페스티벌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비바람이 루페 피아스코의 공연 도중 몰아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의연했다.





DJ 사이먼 세즈(DJ Simon Says)가 먼저 무대 위에 올라온 이후 루페 피아스코가 등장해 최근 공개한 싱글 'Mission'으로 웅대한 서막을 알렸다. 이 곡은 암 퇴치 단체 'Stand Up to Cancer'의 기금마련을 위해 만든 곡이었는데 과거에도 사회참여적인 곡들을 다수 제작해왔던 그다운 행보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었다. 2012년 작 [Food & Liquor II]에 수록된 'Put Em Up'과 'Lamborghini Angels'를 이어 진행시킨 이후 피트 락 앤 CL 스무스(Pete Rock & CL Smooth)의 'T.R.O.Y.'의 비트를 샘플링한 90년대 골든-에라 힙합 바이브로 무장해낸 'Around My Way (Freedom Ain't Free)'로 관객들을 움직여낸다. 여성들에게 바친다는 멘트와 함께 트레이 송즈(Trey Songz)의 파트를 관객들에게 떼창시켜낸 'Out of My Head', 그리고 처음으로 라이브에서 선보인다면서 신곡 'Next To It On'을 싱글 커버를 무대 뒤에 걸어놓은 채 박력 있는 랩으로 이어나간다. 나름 계몽적인 가사를 담고 있는 'Bitch Bad' 역시 관객들에게 떼창을 유도해냈다. 관객들은 그럭저럭 떼창을 해나갔는데 이는 루페 피아스코의 곡을 미리 익히고 갔다기 보다는 왠지 순발력이 좋았던 것처럼 보였다.


소울풀한 레파토리들이 차례로 이어졌다. 에드 시런(Ed Sheeran)의 따스한 노래가 분위기를 더욱 무르익게 만든 'Old School Love', 관객들로 하여금 하늘을 잡아보라고 말한 이후에는 루페 피아스코의 조력자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곡에 피쳐링했던 'Touch the Sky'를 불러내기도 한다. 스케이트 보드를 소재로 한 'Kick Push' 역시 이런 소울풀한 스타일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여성 보컬 파트가 익숙한 'Hip-Hop Saved My Life'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플로우가 인상적인 'Go Go Gadget Flow'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에게 그래미를 안겨준 몽롱하면서도 격렬한 싱글 'Daydreamin''에서 공연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한다.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이 참여한 새 앨범에 수록될 절도 넘치는 신곡 'Crack', 평화에 관한 노래라는 소개와 함께 전쟁 영상을 뒤에 깔아낸 'Battle Scars'가 차례로 전개됐고 곡이 끝날 무렵에는 관객들에게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초기 히트넘버 'Superstar'를 부를 무렵에는 막바지에 아예 꽤나 긴 아카펠라로 곡을 종결 지어내면서 다시 한번 분위기를 뜨겁게 만든다. 듣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곡 'The Show Goes On'으로 비바람 속에 진행된 루페 피아스코의 공연은 뭉클한 피날레를 맞이한다.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리드미컬한 곡들부터 어두운 분위기의 곡들까지 꽤나 다양한 레파토리를 침착하게 이어나갔다. 확실히 그가 왜 같은 세대 랩 스타들과 구분되는 지를 명확하게 증명해낸 퍼포먼스였다. 루페 피아스코가 공연하던 시간 가장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여전히 수많은 관객들은 자리를 지켜냈고, 결국 이런 기상악화도 그 열기를 꺾지 못했다. 비바람 속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루페 피아스코, 그리고 그와 함께 호흡한 관객 모두에게 새삼 박수를 보내고 싶은 무대였다. 관객과 아티스트 서로에게 좋은 피드백이 왕래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루페 피아스코의 격렬한 라이브로 인해 해외의 한 리뷰어는 그를 두고 '록 스타’라 지칭했던 적이 있었다. 기타도, 드럼도 없었지만 폭풍우가 몰아치던 그날 저녁, 루페 피아스코는 그 누구보다도 록 스타였다.



수많은 밴드들을 압도해낸 다섯 사람의 다채로운 화음: Pentatonix


여타의 악기 없이 오직 다섯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Pentatonix)는 현재 전세계에 전례가 없는 돌풍을 일으켜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그룹의 포메이션 특성상 다른 여타의 밴드들과 페스티벌 내에서 경쟁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는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공연 내내 관객들은 환호를 멈추지 않았고 악기의 공백 같은 것을 느낄 겨를이 없는 빠르고 다양한 전개가 그들의 레파토리에서 이어져나갔기 때문이다.





국내 페스티벌에 이들이 나올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앨범발매가 이루어져 있지 않음에도 그 열기는 놀라웠다. 몇몇 관람객은 이들의 공연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공연 시작 한참 전부터 무대 앞쪽을 선점하고 있었고, 공연 시작 즈음에는 헤드라이너 공연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관객이 컬처스테이지에 자리하고 있었다.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곡들을 이리저리 짜 맞춰 화제를 모았던 다프트 펑크 메들리를 첫 곡으로 선정하면서 순식간에 관객들의 관심을 환기시켜낸다. 이들은 비트박스 멤버도 갖추고 있는데 특히 이런 전자음악을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재연해내는 것은 어떤 진기명기 쇼를 보는 것 같은 기분마저 제공해내곤 했다.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곡 'Problem', 그리고 자신들이 가장 초기에 완성했던 레파토리라는 소개 이후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Telephone'을 진행시킨다. 국내에서도 익숙한 <버글스(The Buggles)>의 히트곡 'Video Killed the Radio Star' 역시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남성과 여성의 음역대를 오가는 음성을 지닌 미치 그래시(Mitch Grassi)의 목소리는 신비로웠고, 무엇보다 베이스주자인 저음역대의 아비 카플랜(Avi Kaplan)이 멘트를 할 때면 유독 여성관객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타이트한 비욘세(Beyonce) 메들리와 이들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오디션 프로그램 ‘싱-오프’를 언급한 이후 부른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의 곡 'I Need Your Love', 그리고 펜타토닉스의 자작곡 'Natural Disaster'의 경우엔 곡 시작 전에 관객들에게 후렴구를 연습시킨 이후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경악스러운 화음과 고음 파트가 두드러진 'Aha!', 특유의 여백이 두드러진 로드(Lorde)의 커버곡 'Royals', 끝으로 비트박스 멤버 케빈 올루졸라(Kevin Olusola)의 현란한 랩을 들을 수 있었던 맥클모어 앤 라이언 루이스(Macklemore & Ryan Lewis)의 커버곡 'Thrift Shop'으로 이 놀라운 공연이 종결된다. 곡의 흐름과 가사에 걸맞은 적재적소한 안무 또한 인상적인 편이었고 무엇보다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는 유연함은 다른 여느 밴드들의 퍼포먼스와 비교했을 때 확연히 두드러지는 지점이었다. 인간 목소리의 한계점은 물론, 아카펠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마저 체감해낼 수 있었던 진기하고 드문 경험이다.




Writer. 한상철

불싸조라는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다.

취미는 피구와 우표수집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켓사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