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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정오 무렵 티켓팅을 하고 공연장까지 들어가는 일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별로 먼 거리가 아닌데도, 그거 조금 걷는 게 부담스럽다 못해 원망스러웠을 만큼 몹시 더웠다. 공연 하루 전날 리허설을 진행하는 동안 이 몹쓸 날씨 때문에 너무나도 힘들었다고, 당일 무대에 섰던 요조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막상 노래가 시작되면 그녀의 표정은 달라졌다. 날씨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요조만 행복했던 것이 아니다. 공연과 공연 막간에 날씨를 탓하며 그늘을 찾던 여러 관중들도 그랬다. 노래가 나오면 달라졌다. 순박한 표정으로 감상에 집중하거나 근심 같은 건 모르는 얼굴로 뛰고 날았다. 무엇이든 녹여버릴 것만 같은 무더운 날씨를 뚫고 무대와 객석을 점령한 그들은 결국 날씨 이상의 값진 이야기를 안겨줬다. 현장의 생생한 음악을 축으로, 날씨 따위 고려하지 않을 만큼 몸이 젊고 생각이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새삼스럽게 실감한 셈이다.





페스티벌의 시작과 끝은 결국 춤이다: 로얄 파이럿츠 & 이스턴 사이드 킥


첫날 공연의 문을 연 로열 파이럿츠는 30분간 앵콜곡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를 포함해 약 10곡을 소화했다. 그리고 45분을 배정받고 첫날 공연의 문을 닫은 이스턴 사이드 킥도 비슷한 분량의 곡을 불렀다. 두 밴드의 음악적 성향은 차이가 있지만, 그러나 청중과 대화하는 방식에는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준비된 곡을 토해내는 것만으로 이미 바빴다. 그리고 별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그저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일어서게 만들고 춤추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로열 파이럿츠는 가장 더운 시간에, 이스턴 사이드 킥은 가장 서늘한 시간에 무대에 섰지만 이미 날씨에 아랑곳 않는 청중이 죄다 모여 제대로 춤판을 벌였다. 





매력과 몰입의 놀라운 공연: 러브엑스테레오 & 아시안 체어샷


러브엑스테레오와 아시안 체어샷은 특히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는 밴드에 속한다. 그리고 외국시장이 많이 탐내는 밴드다. 러브엑스테레오는 영미의 클럽이 환호할 만한 젊은 음악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아시안 체어샷은 록의 근본을 제대로 파고드는 젊은 밴드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이들의 라이브는 음원이나 앨범 이상의 힘과 무게를 지니고 있고, 그건 두 보컬리스트의 상이한 카리스마에서 나온다. 


러브엑스테레오의 프론트우먼 애니가 섹슈얼해서 짜릿한 에너지를 발산한다면, 아시안 체어샷의 프론트맨 황영원은 묵직하고 뜨거운 소리를 준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젊음을 상징하는 두 밴드의 라이브는 언제 봐도 감탄스럽고 나아가 밝은 미래를 예측하게 만든다. 한국을 벗어난 더 새롭고 더 풍요로운 무대가 곧 그들을 부를 것이 분명하다고 믿게 만든다.





의미있는 이야기로 소통한다: 요조 & 호란


옆 스테이지의 현장음이 때때로 뮤직 스테이지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인원 몇 없이 구성된 잔잔한 편곡과 흥미로운 이야기만으로 그걸 제압해버린 아티스트가 있었다. 매번 노래를 시작할 때마다 곡에 깃든 사연을 소개했던 요조는 친구, 사랑, 음식, 데뷔시절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소재로 관객과 풍요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의 소탈하고 소박한 이야기는 리듬 파트 없이 기타와 키보드만으로 구성한 단아한 편곡을 닮아 있었다. 그런 작고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노래에 대한 기대를 높였고 곧 기대에 준하는 아름답고 평온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꾸준히 미소를 유지했던 행복한 그녀의 표정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한편 많은 무대를 경험했지만 솔로로 맞는 첫 무대라 떨린다는 소감을 전했던 호란은 그 와중에 사장님까지 호명했을 만큼 방송인다운 여유를 보였다. 클래지콰이 시절의 노래와 두 곡의 팝, 그리고 미완의 자작곡과 덜 준비된 커버를 선보였는데, 멘트부터 선곡까지 페스티벌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유형이라 꽤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서울을 박살내고 돌아갑시다”: 컴배티브 포스트


“시티 브레이크랬죠? 그러니까 우리는 서울을 박살내야 합니다.” “가사, 따라부르기 쉬워요. 그냥 아무 욕이나 하면 돼요.” 하드코어 밴드 컴배티브 포스트는 그날의 더위보다 더 뜨거웠던 뮤지션이다. 그리고 그 무더위 속에서 유일하게 청중의 과감한 슬램을 이끌었던 강력한 존재다. 페스티벌은 귀여운 일탈이 허용되는 현장이라 예나 지금이나 기괴한 옷을 입고 찾아오는 청춘들을 간혹 보게 되는데, 그 더운 날씨에 사자인지 호랑이인지 털 달린 동물옷을 입고 뛰어든 젊은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보기만 해도 더운 옷을 입고 슬램의 무리에서 부단히 몸을 부딪히며 즐기고 있었다. 많이 행복해 보였다. 특별한 순간을 유도한 밴드도, 미스터 타이거도 어쩐지 좀 고맙다. 이런 드문 순간을 목격하는 일이야말로 페스티벌을 오래 기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Writer.
이민희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채에 각종 음악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봄만 되면 페스티벌 일정을 확인하면서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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