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씨티브레이크 로고

모바일 버튼


US 헤비니스 씬에서 변함없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프톤즈(Deftones)는 지구상 가장 아름다운 헤비 록을 연주해내면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됐다. 선율적이고 연약한 로맨티시즘에 압도적 중압감을 장착한 충격적인 소리를 들려줬던 이들은 수년 동안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있던 베이시스트 치 쳉(Chi Cheng)이 결국 작년에 사망하면서 묵묵히 제2기로써의 활동을 이어나갔다. 2000년대 이후 이들은 슈게이징/포스트록적 성향 또한 접목해내면서 예술적 발전을 거듭하는 동시에 대중성 또한 탑재한 채 결코 안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2009년도에 첫 내한을 가졌고 이후 한차례 내한이 취소됐던 적이 있었던 만큼 팬들은 이들의 공연에 목이 말라있었다. 드러머 에이브 커닝엄(Abe Cunningham)의 폭발적인 연주가 다시 보고 싶었던 내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이렇게 우리 앞에 다시 서게 됐다. 기타리스트 스티븐 카펜터(Stephen Carpenter)는 특유의 8현 기타를, 지난 내한공연에서도 함께한 후발주자 베이시스트 세르지오 베가(Sergio Vega), 그리고 3집 시기부터 정식 멤버가 된 DJ 프랭크 델가도(Frank Delgado)가 무대 위에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욘세(Beyonce)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은 보컬 치노 모레노(Chino Moreno)가 등장한다. 저번 내한 때 보다 살이 약간 더 쪘다.



그 무엇보다도 격렬하고 아름다웠던 서울에서의 퍼포먼스





여섯 번째 앨범의 타이틀 곡 <Diamond Eyes>를 시작으로 공연장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그리고는 2집 [Around the Fur]의 히트 넘버들인 <Be Quiet and Drive (Far Away)>와 <My Own Summer (Shove It)>을 이어나가면서 팬들이 듣고자 하는 것들을 들려준다. 이전 내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흰색 SG기타를 맨 치노 모레노는 가장 최근작인 2012년도 앨범 [Koi No Yokan]에 수록된 <Tempest>와 <Swerve City>를 연이어 열창하면서 사람들의 떼창을 유도해낸다. 신보 [Koi No Yokan]에 수록된 독창적인 리프들은 육중한 무게감과 몽롱한 부유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고 이번 내한에서도 이런 곡의 성격은 빛을 발했다. 치노 모레노의 경우 공연 도중 요즘 뮤지션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유선 마이크에 절연테이프를 덕지덕지 감아서 쓰고 있었는데 줄을 잡고 마이크를 돌리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가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스텝들은 뒤를 따라다니면서 마이크 선을 분주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치노가 기타를 매고 노래 부를 때에는 그의 마이크스탠드에 무선 마이크가 꼽혀있었다.





[White Pony]에 수록됐던 <Feiticeira>와 <Digital Bath>를 연결 지어낸 이후 치노는 아래 관객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봐야겠다면서 무대 아래로 뛰어내려와 <Poltergeist>를 불렀다. 그러자 청중들은 치노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앞으로 몰려들게 된다. 낮고 느리면서도 서정적인 구성을 유지해낸 <Rosemary>와 가장 격렬한 리프를 지닌 데프톤즈 곡 중 하나인 <Rocket Skates>를 이어버리면서 청자로 하여금 정과 동의 충돌을 경험케 했다. 펄햄 블루 톤의 에피폰 SG 기타를 맨 채 이들 최대의 히트넘버 <Change>를 부르자 관객들은 좌우로 손을 흔들며 화답했고 [Around the Fur] 앨범에서 가장 격렬한 트랙이었던 <Headup>을 마지막으로 이 노익장들의 탈진 메탈 사운드는 일단락된다.


아직 데프톤즈의 주요 히트곡들이 불려지지 않았던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앵콜을 외쳤고 결국 또 다시 등장한 데프톤즈는 90년대 옛날 노래들을 부르겠다면서 걸작 데뷔작 [Adrenaline]에 수록됐던 세곡의 히트넘버들을 이어나간다. 속사포 같은 랩이 두드러지는 속도감 넘치는 <Engine No. 9>의 경우 아예 오렌지 앰프 케비넷 위에 올라가 특유의 고혹적인 어깨춤과 함께 완창해냈고 이국적인 긴장감으로 점철된 [Root]의 경우엔 이제 치노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중반부의 빠른 랩 파트는 건너뛰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들 최고의 히트넘버 <7 Words>의 전주가 시작되자 과연 밴드와 관객 중 누가 더 미쳐 날뛰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은 양상을 펼쳐내면서 퍼포먼스가 마무리된다.



오직 데프톤즈만이 구현해낼 수 있는 체험적 사운드, 그리고 광기





확실히 한 시대를 쌓아 올려낸, 현존하는 최고의 헤비니스 밴드라는 사실을 입증해낸 라이브다. 세월이 지나면서 졸작만을 양산해나가는 베테랑 밴드들과는 차원이 다른 신작들을 차례로 내놓는 데프톤즈였고 이번 내한에서도 훌륭한 신곡들을 다수 접할 수 있어 팬으로써 행복했던 것 같다. 데프톤즈의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몸과 마음은 내내 뜨거운 상태로 유지됐다. 과격한 팬들의 모싱 사이로 몇몇 사람들은 편안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것은 마치 몸 전체로 소리를 체감해내는 듯한 제스처였다. 여느 헤비니스 밴드들의 라이브가 그러하듯 아무래도 음반으로 듣는 것보다는 훨씬 헤비하고 공격적이었고 때문에 데프톤즈의 광기를 체험하기에는 이미 차고 넘치지 않았나 싶다. 이들이 남긴 광기의 잔향은 마치 한밤 중 어둠 속에서 과열되어 터지기 일보 직전의 지글대는 네온사인에 닮아 있었다.





Writer.
한상철
불싸조라는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다.
취미는 피구와 우표수집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켓사러가기